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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4화

1. 만선 애니에 대해서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애니 감상자가 좀 피상적인 측면만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요즘의 마도카 마기카 만선을 보면서 많이 느낀다. 물론 영상물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각종 장치와 효과, 상황 설정과 아이템 활용 같은 것의 의미를 해석하면서 그 씬과 그 시퀀스가 주는 의미를 이해하고 즐기는 것도 충분히 좋은 감상의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애니든 영화든 드라마든, 영상물이고, 그건 '이야기'가 핵심인데, 미시적이고, 표면적인 면에만 집중하면 더 중요한 해당 작품의 본질을 놓쳐버리기 쉽다는 것이 이런 식의 감상 방법의 맹점이라고 생각한다.

'마법소녀'라는 점.
개성이 강한 감독과 각본이 부각되는 점.
그리고, '캐릭터'의 '죽음'.

동시에 형이상학적인 배경과 문자 사용, 큐베의 존재, 1화 초반에 나왔던 미래를 암시하는 마도카의 꿈 등등. 노골적으로 주워먹으삼, 하는, 작품 곳곳에 널려있는 각종 떡밥들.

그렇게 표면적인 부분만 '보도록 유도'하는 게 마도카 마도카라는 생각도 든다.
얼마 전의 우로부치의 대응도 그렇고, 정말 그 정도 수준에서만 이 작품에 접근해들어간다면, 제작진, 특히 우로부치도, 이 애니를 보는 이들도 많은 것을 놓치고, 허망함을 느끼지 않을까.

2. '캐릭터'의 '죽음'에 대해 많이들 집착하고,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 쪽을 즐기는 쪽과 다르게 유독 애니를 비롯한 서브 컬쳐 팬들은 '애니'라는 현실이 아닌 환상의 세계, 아름답고, 깨끗하고, 즐거운 것으로 가득한 그 세곙에 살고있는.. 자신이 아끼고, 소중하게 여겼던 캐릭터의 죽음은 쉽사리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입장은 '건담 더블오'의 록온 죽음 때도 언급했던 것처럼, 그 상황 전개에 적합하고, 이야기를 위해서 납득이 갈 만하고, 앞으로를 생각했을 때 필요하다면 아무리 소중했던 캐릭터라도 때로는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는 거다. 더블오의 록온, 그렌라간의 카미나, 하가렌의 휴즈, 나루토의 사루토비 선생님, 지라이야 선생님 등등. 그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직면하고, 바라볼 수 밖에 없지만, 애니를 통해 접하면서 공감하고, 이해했던 그들의 삶과 마음과 다른 이들과의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납득하고 떠나보내면서도 인정했다. 사랑하는 캐릭터가 소중하고, 예쁘고, 안 죽었으면.. 하는 마음, 나도 똑같다. 하지만 캐릭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잔인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에 깔려있는 가치관과 주제의식, 전하려고 하는 마음의 형태가 어떠한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캐릭터를 존중하고, 슬픔을 이길 수 있을 정도의 이별의 순간을 준비해준다는 전제하에) 죽음의 순간 마음껏 슬퍼하고, 눈물 흘리고, 허망함에 뻥뚫린 가슴을 부여잡으면서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와 함께 했던 이들의 마음을 묘사하고, 그 죽음의 순간을 정중하게 그려내고, 이후의 상황을 조심스럽게 다루면서 마음을 추스릴 수 있도록 해 준다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만큼 마도카 마기카의 '마미'의 죽음에 대해 충격에 빠져 거기에서 나아가지 못하는 팬들의 마음도 이해하고, 동시에 안타깝기도 하다. 거기에 묶여 있으면 앞으로의 이야기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또한 제작진이 보여준 마미의 죽음의 방식이 팬들을 이해시킬 수가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싶다. 마미의 죽음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그녀의 삶과 이야기가 결여되어 있으며, 그녀가 후배라며 따뜻하게 대했던 마도카, 사야카와의 관계도 제대로 형성되려다 말았으며, 죽음의 순간을 과도하리만큼 냉정하고, 차갑게 그려내버렸다는 것이 그 점이다. 2화에서 죽을 뻔 했던 마미가 선택의 여지없이 마법소녀가 되었다는 점이 언급이 되었고, 3화에서는 외롭게, 강한 척 하면서 싸울 뿐이라는 마미의 자기 혐오와 마미를 멋있어하고 동경하는 마도카와의 약간의 유대감 정도가 그려졌을 뿐이다. 핵심적인 것은 그녀의 인생과 그 내면에 숨겨져있는 마법소녀로서의 갈등과 드라마, 혹은 다른 마법소녀들과 약간 다르게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이유 등. 더 중요한 그녀만의 드라마였을 텐데, 죽음 전에 보여졌던 모습은 마도카와 사야카가 견습생(?)으로 그저 멋있다, 대단하다, 라고 생각하는 표면적인 수준의, 마치 TV 화면을 통해 보는 다른 이의 환상적인 겉모습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좀 더 깊이있게 묘사하고, 또 조금은 더 시간을 할애해서 그려냈다면 지금과는 조금쯤은 다른 반응이지 않았을까. 또 그랬기 때문에 마미의 죽음에는 마도카, 사야카는 물론이고, 시청자조차도 감정이입할 수 있는 전개가 거의 없었다. Hineo님의 이 덧글의 언급처럼, 놀랍도록 절제된 시선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안 죽을 것이다, 혹은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들을 완전히 배신하는 마미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타나게 된 것이겠지. 죽음에는 어느 정도 관대한 나조차도, (놀라워하지는 않았을지언정) 저 상황을 좋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니까.

3. 그리고 4화.
사야카는 마법소녀가 된다는 것의 '의미'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마미의 죽음에서 눈을 돌려버리듯, 자신이 좋아하는 카미조의 손을 낫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고 마법소녀가 되어 이곳이 아닌 저곳, '비현실'로 도피를 해 버렸고.
마도카는 그저 마법소녀가 되어 마미와 함께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것을 '소원'으로 했던 마음이 마미의 죽음으로 산산조각 나버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있었던 '현실'에 안주를 한다는 방식의 도피를 했다.

둘 다 방식은 다르지만 도망쳐버린 것은 똑같다고 생각.
사야카는 우리는 너무 편하게 살아왔다, 라는 것을 카미조의 사고를 통해 느끼고, 마도카보다는 조금쯤은 큐베가 나타난 상황이나 마미가 싸우는 비현실을 받아들이며 (잘못된 선택과 소원이기는 했지만) 진지한 고민을 해 왔던 만큼 마미의 죽음과 카미조의 반응에 떠밀리듯 계약을 해 버렸다는 점에서.
마도카는 나름대로 고민을 했던 결과가 [특별히 아무 것도 바라는 게 없었던 그녀가 자신의 삶에 의미를 '느끼게끔' 멋있는 모습을 보였던 마미를 선망하고, 그런 마미와 함께 마법소녀가 되서 누군가를 구하는 것]이라는 자신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을 한 것이라기보다는 지극히 우유부단하고 상황에 자신을 내맡긴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마미의 죽음을 직면하고 마법소녀가 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현실 인정이었다는 점에서. 요는 마도카의 선택 또한 소극적인 의미에서의 도피였다는 사실이다. 호무라가 말한 그 다정함의 의미는 우유부단함이고, 다정함이 불러들이는 슬픔은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비극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일테지.

사야카는 마법소녀가 되고 말았고, 잘못된 소원을 빌고 말았으니, 이제부터 비극. 나락으로 추락할 거고, 마도카도 사야카가 마법소녀가 되어버린만큼 '이번에도 또' 거기에 붙들려서 다른 슬픔을 유발할 기제가 될 듯하다. 쿄코라는 무자비한(?!) 마법소녀가 등장했으니까 더더욱.

by 찬물月の夢 | 2011/01/30 22:26 | 냉정 : 열정 = 1 : 1의 アニメ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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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000o at 2011/01/30 22:49
카미조의 치유로 인해 또 다른 불행이 일어날까봐 걱정이네요.

그런데...일어난 것 같네요.ㅠㅠ

Commented by 별빛사랑 at 2011/01/31 09:49
꽤나 길게 리플을 썻다가 잠깐 생각하고 다시 지우고 다시 또 리플을 달아봅니다.


무조건 '잔혹하다, 충격적이다, 질릴정도로 악독하다'라는게 우로부치 겐의 시나리오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로부치 겐씨의 작품은 거의 모르지만.. 마도카 마기카는 굉장히 현실을 잘 반영한 작품입니다. 기존의 마법소녀물이 꿈과 희망으로 가득차 있는 것을 가볍게 깨부수는 안티테제적인 작품이죠.

항상 강하고 힘든일이 있어도 굳세게 일어나는 그런 주인공을 바란다면 그건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겠죠. 하지만 마도카는 충격적인 마미의 죽음 앞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좌절하죠.


이 작품은 시작부터 현실성을 반영한다는 점을 이곳저곳에서 여실하게 보여주는데.. 갑작스런 상황들이 급전개 되었을때 과연 사람이라면 정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대해 잘 보여준다고 봅니다. 만약 현실이 만화 캐릭터같은 사람들로만 가득차있다면 해외뉴스에나 나올만한 엽기적인 일들이 일어날 이유가 없겠죠.

우로부치라서 잔혹한 작품이 될거라고 예상하기보다는 우로부치라서 현실성을 충분히 띈 작품이 될거라는 생각이 요즘 들고 있습니다. 뭐 저 사람이 꿈과 희망이 가득한 걸 쓰면 어떻게 될까도 궁금하긴 하지만.. 현실성이 낮으니 넘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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